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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돼지만큼 살기도 힘들다_0110.2017 본문
고등학교 일학년, 고등학생이 되어 만난 첫 담임선생은 나이 지긋한 남자선생이었다. 전공과목은 국어였으며, 항간에 시인이라는 소문이 있었지만 확인할 수는 없었다. 국어 선생, 뭐랄까, 나이 탓인지 우리에게 선생은 낭만적인 모습으로 비치지는 않았다.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 특별하지도 않은 것 같았다. 차별이 없는 만큼 편애도 없었다.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이셨고 그 덕에 수업시간은 대체로 졸렸다. 우리들에게 담임선생은 점잖은 분이었지만 편하게 대할 수 있는 격 없는 관계는 전혀 아니었다. 화를 내신적도 없고 특별히 기꺼운 감정을 드러내신 적도 없다. 어려우면서도 관심 밖의 인물이었다.
오전 조례 시간이나 오후 종례 시간, 그리고 국어 시간에만 만나는 담임선생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관심 없음 수준을 넘어 무시하는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뭔가 소란스러워지고 집중하지 않는 시간들. 그 정도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고, 급기야 흥정이 오가는 시장 통을 방불케 했다. 선생님은 조용히 하기를 주의 주셨지만 아무도 그 주의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어느날, 참는 것에 한계를 느끼신 선생님은 교탁을 오른손으로 탁! 하고 내리치시며 우리를 향해 외치시셨다.
“이 돼지만도 못한 인간들아!”
한 순간 정적이 흘렀고 모두가 부동자세로 담임선생을 향해 시선을 모았다. 그 이후에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돼지만도 못한 인간’이라는 말을 세상 태어나 처음 들었고 그 말이 너무나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나만 그랬던 것이 아니다. 반 친구들 거의가 그 말을 듣고 충격에 휩싸였다. 담임선생의 훈계 이후 우리는 ‘돼지만도 못한 인간’이라는 말을 되뇌며, 어떻게 그렇게 심한 말을 할 수 있느냐며 분개했기 때문이다. 자칫 욕 한번 듣지 않고 곱게 키워진 자식들이라고 착각할까 말하지만 솔직히 그보다 더한 욕도 많이 들어봤다. 선생들 중에 의외로 무지막지한 욕을 전혀 거리낌없이 내뱉는 막돼먹은 인간들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알고 있었다. 담임선생이 우리를 살갑게 대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우리를 말하면 알아 듣는 인간으로 대했다는 것을. 그래서 그의 입에서 나온 욕 같지도 않은 욕이 실은 세상 그 어떤 욕보다 치욕스럽게 여겨진 것이다. 우리는 분개했지만 사실은 부끄러웠던 것이었다.
나에게 이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 이유는, 그때 인간이 한 발짝만 헛디뎌도 쉽게 동물보다 못한 존재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 동물보다 못하다 동물보다 낫다 라고 평가하는 방식이 또 얼마나 의미 없는 짓인지를 깨닫고 있다. 우리는 동물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온갖 편견에 휩싸여 제멋대로 동물을 해석하고서는 이해했다고 말한다. 동물은, 그러니까 인간을 제외한 모든 생명체는 인간처럼 주제파악 못하고 제 분수 모르고 날뛰는 일이 없다. 이 지구상에 자기 환상에 빠져 사는 생물은 인간뿐이란 말이다. 동물에 대한 무지와 인간 종에 대한 이상한 우월의식으로 누구는 개, 돼지만도 못하다고 말하는데, 사실 우리 인간 중에 태반이 우리가 비하하는 동물보다 못한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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