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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handhan
《사람의 일, 고양이의 일》을 출간하면서 많이 아쉬웠던 지점 중 하나가 어떤 감정의 흐름과 그 감정이 축적되는 것에 대한 표현을 시도했으나 끝내 편집 과정에서 삭제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 이유는 감정을 다루기 위한 공부가 덜 되어 있었고, 그에 따른 표현의 언어가 부재했기 때문이다. 부족한 부분에 대해 늘 생각하고 있었고, 그 부분을 채우기 위한 자료를 찾는 데 수년의 시간을 들여야 했다. 길고양이의 삶을 관찰하면서 나는 고양이들이 갖는 감정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히 나의 호의를 받으면서도 끝내 곁을 주지 않는 삶의 태도를 보면서 그들이 나를 비롯한 다양한 인간들과 접하면서 겪는 경험의 모습을 상상해야 했다. 매일 떠오르는 길고양이 학대 소식은 우리 주변에 동물을 함부로 대할 수 있다고, 그래..
무지한 확신이 뱉어내는 칼날 같은 문장들골목길 낮은 구석, 작은 플라스틱 그릇에 조심스레 사료를 채우는 이들을 향해 등 뒤로 따가운 시선이 꽂히고는 합니다. 때로는 혀를 챡 차는 소리가, 때로는 날 선 목소리가 적막한 공기를 가릅니다. 인터넷 공간으로 눈을 돌리면 그 공격성은 한층 더 잔인하고 노골적인 문장으로 변모합니다. 수많은 비아냥 중에서도 유독 가슴 깊숙한 곳을 찌르고 들어와 먹먹한 잔상을 남기는 댓글이 있습니다.“그 정성으로 부모에게 효도나 해라.” “지 부모 처지는 생각도 안 하고 미물한테 돈 쓰고 시간 쓰네.”이 짧은 문장들은 마치 세상의 모든 가정이 자애롭고 따뜻한 울타리이며, 모든 부모가 자식을 사랑으로 품어 안았을 것이라는 안일하고 오만한 확신을 전제로 합니다. 그들에게 ‘가정’이란 언..
비비탄총의 공공장소 기습 격발은 ‘협박·폭행’이다… 놀이로 포장된 무력 행위를 규탄하며작년 거제에서 휴가를 나온 현역 군인들이 식당 반려견을 향해 고성능 비비탄총 수백 발을 난사해 동물을 숨지게 하거나 실명 위기에 빠뜨린 참혹한 사건이 있었다. 주택가 골목길과 도심 공원에서도 길고양이를 표적 삼아 비비탄을 겨누는 잔혹한 범행이 끊이지 않는다. 정부는 방학이나 휴가철이 되면 ‘어린이용 완구 안전기준 위반’이나 ‘불법 개조’를 단속한다고 법석을 떨지만, 이러한 안일한 행정 인식이 오히려 도심 속 총기 테러를 방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https://www.ktv.go.kr/content/view?content_id=391050 불법 '비비탄총' 퇴출···정부 합동단속불법 '비비탄총' 퇴출···정부 합동단속ww..
홍콩의 대표적인 모습을 꼽으라면 단연 높은 빌딩과 야경이다. 홍콩의 빌딩은 높기만 한 게 아니라 숲이라는 말로도 부족할 만큼 빽빽하다. 건물이 밀착되어 있어서 재건축 현장을 올려다보면 아슬아슬하고 아찔하게 느껴질 정도다. 어쩌다 홍콩은 이렇게 높은 건물을 빼곡하게 짓게 되었을까. 홍콩이 홍콩인 이유는 식민지 역사를 빼놓고 설명하기 어렵다. 거리를 걷다 보면 그 역사가 도시의 구조 안에 그대로 박혀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1842년 난징 조약으로 홍콩섬을 손에 넣은 영국은 이후 구룡반도와 신계를 차례로 편입하며 제한된 땅 위에 점점 더 많은 사람을 밀어 넣었다. 토지는 부족했고 인구는 계속 불어났다. 그 압력이 향한 곳은 위였다.1953년 크리스마스 밤, 석협미의 판자촌에서 불이 났다. 목재와 판자로 빼..
아주 오랜만에 홍콩 여행 일정을 잡았다. 젊은 날 내 낭만적 세계관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이 홍콩 영화였기에, 처음으로 한국이라는 나라를 벗어나 방문 한 곳 역시 홍콩이었다. 재건축 지역에서 길고양이를 이주시키고 돌보기를 거의 십 년 가까이 활동하다 보니 여행이 소원해지고 홍콩 여행도 까마득한 옛일이 되었다. 다시 여행 일정을 잡으며 고민 없이 홍콩을 여행지로 삼은 것은 역시나 추억 때문이다. 낯선 것에 설레고, 새로운 곳으로 향하는 마음을 안고 향했던 처음 여행의 감각을 다시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만큼 나는 꾸준하고 강도 높으며 반복되는 일상을 살고 있다는 뜻이기는 하지만 사실 그런 삶이 불만이지는 않다. 오히려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런 규칙 있는 생활이 주저앉고 싶거나 ..
한참 좀비물이 유행할 때 한 번쯤 세상이 망했을 때를 상상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런 상상을 할 때면 어김없이 걱정되는 존재가 우리 삼냥이다. 세상이 좀비로 물결치면 어떻게 저 셋을 데리고 피난을 갈까. 게다가 나는 저질 체력에 허리 디스크와 족저근막염까지 달고 사는 사람인데. 그런 현실적인 걱정을 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이동장에 고양이 셋을 어떻게 담을지 계획 세워봤다. 배낭에는 제일 무거운 동백이 담고, 어깨 끈이 있는 가방에는 유진이, 그리고 가장 가벼운 흰눈이를 손잡이가 있는 이동장에 담아야지. 담는 것까지는 하지만 셋 합해 20kg에 육박하는 무게를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뭐 이런 현실적인 문제들을 생각하다 보면 피난이 답이 아닌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피난할 수 없다면 ‘집이 방호막이..
흰눈이 집생활자로 변모한지 2년째다. 집에서 생활하는 것에 ‘자기만의 방식’으로 완전히 적응한 것 같다. 루틴이 보인다는 것이 그 증명일 것이다. 밤엔 주로 거실에서 시간을 보낸다. 잠을 깊이 자는 것 같진 않다. 새벽 5시가 되면 부모님이 기상하는 것에 맞춰 식사를 한다. 식사를 충분히 배부를 정도로 많이 먹는다. 그리고 안방으로 향한다. 부모님이 일어나면 생기는 침대 공간을 자연스럽게 이어받아 잠을 청한다. 출근 준비로 부산한 한두 시간을 견디고 나면 집은 무척 고요해진다. 그때 흰눈도 더할 나위 없이 편안해진다. 9시나 10시 사이에 일어나 까치발로 살살 다가가면 흰눈이 배를 드러내고 자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흰눈이 오기 전에는 오전에 청소하던 습관이 있었는데, 흰눈이 곤하게 자는 모습을 보고..
첫째 유진이는 태어난 지 한 달만에 구조되어 나에게로 왔다. 둘째 동백이는 두 달 반만에 생에 겪을 모든 험한 꼴을 다 겪고 내게 왔다. 그들에게는 엄마가 없었고 돌봐줄 어른이 없었다. 무엇을 해도 되고 안 되는지 아무도 기준을 알려주지 않았다. 형제라도 있으면 의지하며 싸우다가 화해하고 위로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는 방법을 터득했을 텐데 그마저도 없었다. 종일 혼자 지내다가 사람이 귀가하면 달려나와 반갑다고 쫓아다니며 뭐라뭐라 떠드는 유진이의 말소리가 들리면 이내 흰눈이 달려나왔다. 유진의 요구가 마치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인 듯 말이다. 꼬리를 바짝 세우고 걸오는 모습만으로도 이미 좋아한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지만 거기에 더해 흰눈은 마치 유진을 부르듯, 내가 놀아주겠다고 대답하는 듯 작고 다정..
길에서 생활한 지 7년이 넘어서는 길들여지지 않은 고양이를 집으로 들일 때는 구조의 기쁨보다 고양이가 적응하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큰 법이다. 그러함에도 구조하려는 순간에는 위급함이 걱정을 더 앞서기 때문에 구조를 결심하게 된다. 흰눈은 구조되자마자 병원으로 직행했다. 구내염이 심해서 치료를 나중으로 미룰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포획틀에 갇힌 상태로 이미 최소 하루 이상을 보냈기에 진료보다는 안정이 필요한 게 맞지만, 다시 흰눈을 이동장에 넣어 병원을 데려가기까지 또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지금의 고통을 잠시 더 연장하는 선택을 했다. 병원까지 이동하고 진료를 기다리고 수술받고 마취에서 깨고 집으로 이동하는 모든 과정은 불안하고 불편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집에 도..
흰눈의 성장기 역사는 나의 글 사람의 일, 고양이의 일에 상세히 묘사되어 있다. 그 말은 나에게 고양이는 반려동물로서가 아니라 길고양이로서 경험한 정보가 우선 한다는 말이다. 흰눈은 지극히 고양이답게 그러나 여느 야생동물과는 다르게 도시라는 공간에 적응한 길고양이답게 성장했다. 엄마로부터 포유동물다운 애정과 관심을 받았고, 생존을 위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법을 터득하는 데는 엄격한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그래서 사람이 먹이를 제공해도 사람과 특별한 애정 관계를 가지려는 노력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동물의 인지 능력을 가늠하는 실험에서 특히 영장류 대상의 연구는 동물이 사람의 얼굴을 구분할 능력이 있느냐를 평가했다. 이런 실험은 대개 비슷한 얼굴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결과를 두고 동물의 역량을 평가..
동백이를 입양할 당시 나이가 생후 2개월을 넘어 3개월 정도로 추정된다. 그러니까 동백이도 사람과 친화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시기 안에 머물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내게 오기까지의 과정이 험난 했듯 사람과 관계를 맺는 과정 역시 순탄하지 않았다.길 생활에서 얻은 상처와 그 상처조차 제대로 치료받지 못할 정도로 보호받지 못한 몰골이었다는 것은 안락사 공지에 올라있는 그의 사진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대개의 보호소가 유기되거나 다쳐서 구조되어 오는 동물을 받는 곳이다 보니 다시 보호자를 만날 가능성이 희박하고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안락사가 순서다. 서울 강서지역의 한 활동가가 그런 동백이를 발견했고 자신이 판단하기에 조금만 치료해 주면 충분히 살 수 있을 것 같아 입양 절차를 밟았다고 했다. 그렇게 동..
소위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기준에 의하면 고양이는 생후 8개월 이내에 사람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면 인간 친화적 성향을 갖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태어나서부터 6개월가량이 ‘각인기’라는 얘기다. 이건 어림잡은 평균이니까 이 시기가 고양이와 좀 더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고양이의 사고에 유연성이 담보된 기간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물론 예외도 있고, 고양이의 성향도 중요하고, 개체가 겪는 경험의 종류도 각인기에 미치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그만큼 애착을 형성하는 기제가 다양하고 그에 따른 고양이의 성향도 미세하게 차이를 만들며 발현될 수 있다. 그런데 위와 같은 주장을 하는 것에 어떤 이는 동물에 대해 뭐 그리 세심한 관찰이 필요한가 의문을 제시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나는 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