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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아픔을 상기하라! 본문
이 세상에 온갖 악행이 존재하고 있다는 데 매번 놀라는 사람, 인간이 얼마나 섬뜩한 방식으로 타인에게 잔인한 해코지를 손수 저지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증거를 볼 때마다 끊임없이 환멸을 느끼는 사람은 도덕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아직 성숙하지 못한 인물이다. 나이가 얼마나 됐든지 간에, 무릇 사람이라면 이럴 정도로 무지할 뿐만 아니라 세상만사를 망각할 만큼 순수하고 천박해질 수 있을 권리가 전혀 없다. (중략)
상기하기는 일종의 윤리적 행위이며, 그 안에 자체만의 윤리적 가치를 안고 있다.
무정함과 망각은 함께 가기 마련인 듯하다. 그렇지만 역사는 좀더 오랜 세월에 걸친 집단적 역사 안에서 상기하기가 차지하는 가치에 대해서 뭔가 다른 말을 들려주기도 한다. 이 세상에는 그저 불의가 너무나도 많을 따름이며, 너무 많이 상기하는 것은 사람 속을 훨씬 더 쓰라리게 할 뿐이라는 말. 따라서 화해한다는 것은 잊는다는 것이다. 즉, 화해하려면 기억이 불완전하고 한정되어 있어야 한다.
만약 자신의 삶을 살아가면서 뭔가 여지를 두는 것이 목적이라면, 인간은 으레 어디에서나 서로들 끔찍한 짓을 저지른다는 좀 더 일반적인 이해 속에서 특정 불의를 둘러싼 자신의 평가를 해소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타인의 고통> 중에서 - 수전 손택
한밤에 기가 찰 정도로 공감한 문장이다.
나는 몇가지 문제에 대해 집요하게 담아두는 경향이 있다. 때때로 상기하고, 그 기억을 기반으로 요리조리 굴려가며 훑고 사색한다.
혹자는 앙금이라고 말한다. 그건 내가 일정정도 피해자 구도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런 구도에 나를 가두는 것은 내가 아니라 그들이다.
난 나의 문제를 해소될만큼 파고들고 싶을 뿐이고, 그들은 그런 나를 이해하지 못할 뿐이다.
사람들은 항상 내가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지에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한 후배는 유학을 떠나서도 고국을 그리워 하고, 안타까운 소식에 절망하고, 희망을 찾는다.
매번 그럴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지만, 역시나 한계다.
나는 세상의 여러 문제들 중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일부라는 것을 알았고, 그 지점을 찾기까지 시간은 좀 걸렸지만 한 곳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 기뻤다.
나는 좀 더 덜 상처 받을 것이고, 덜 아플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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