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handhan

우연한 만남 본문

Essays/I think ...

우연한 만남

dhandhan 2015. 3. 2. 18:19

 

손톱에 매니큐어를 칠했다.

매니큐어 냄새가 방안 가득 흘러다닌다.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었더니 차가운 바람이 쑤욱 밀고 들어온다.

아직 황량하게 굳어있는 창 밖 풍경은 조금의 움직임도 크게 드러낸다.

하얗고 검은 불규칙 무늬가 얹혀진 고양이가 지나가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언제나 그들은 냉소적으로 바라볼 것이고 나는 바보처럼 좋아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반가이 손을 흔들었다.

처음이었다.

그가 내게로 성큼 걸어왔다.

나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고 관심을 보였다.

세로로 가늘게 좁혀진 눈동자는 분명 나를 향하고 있었다.

우리를 가로지르는 허공의 거리만큼만 우리는 멀어져있었다.

내가 더는 다가갈 수 없고 그가 더는 다가올 수 없는 거리만큼 서로 고개를 내밀고 바라보았다.

그 가까워진 거리만큼 나는 혼란스러웠다.

내게 무엇을 바라는 것일까.

짧다고도 할 수 없고 길다고도 할 수 없는 몇 분의 의미.

작고 아름다운 얼굴을 가졌구나.

콧잔등의 상처는 어쩌다 생겼을까.

그렇게 뜻하지 않은 만남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그의 동작으로 끝이났다.

몇 걸음 가다가 뒤돌아 나를 보았다.

세번은 더 반복하고서야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 알 수 없는 아쉬움에, 추위에도 불구하고 창문을 닫을 수 없었다.

왜 이토록 설레이는 것일까.

 

 

 

 

'Essays > I think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흡연자와 비흡연자 사이에서  (0) 2015.03.17
믿음에 대한 대가는?  (0) 2015.03.06
기억한다는 것  (0) 2015.02.27
나이  (0) 2015.02.25
Back To Black  (0) 2015.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