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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놈놈-유진이 본문
유진이는 페친이 올린 구조 글을 보고 입양했다. 길고양이에 대해서는 이래저래 활동하며 배운 지식이 제법 있었지만 함께 사는 일에 대해서는 그다지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 턱 나타났다. 사진 속 유진이는 잔뜩 웅크리고 있었고 왠지 몸도 털도 엉성한 것이 볼품없었다. 그저 새끼여서 귀엽고 안타까운 그런 존재, 그게 유진이였다.

덜컥 입양 결정을 내리고 유진이가 있는 지인의 연구소로 향했다. 가는 중에도 잘한 일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유진이 보다는 내가 잘 돌보고 잘 살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질 않아서 더 망설였던 것 같다. 길에 사는 고양이는 나에 대한 기대도 낮고 나의 결정이 중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나랑 함께 살게 되면 나의 영향을 받을 것이고 내 결정이 그의 삶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일이지만 당시에는 내가 고양이가 아니니 고양이가 할만한 고민을 상상할 수 있지는 않았다. 고민은 많이 했지만 긴 시간 고민하지는 않았다. 당시 돌보던 길고양이들을 이사하며 데려오고 싶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고, 입양을 마음먹었으나 입양할 고양이가 없던 차에 유진이가 나타난 것이다. 그래서 뭔가 입양해야 할 것만 같은 강한 운명주의에 빠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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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이는 구조 당시 태어난 지 불과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은 데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눈에서 진물이 나오는 아픈 상태였다. 입양 당시에 아마도 버림받지 않았을까 추측해 봤지만, 이런 추측은 동물에 대한 위험한 편견을 부추기는 면이 있다.
흰눈이가 태어나 엄마의 돌봄과 가르침을 받으며 성장해 자신의 자식을 낳고 기르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면 분명 이런 편견을 아무 생각 없이 유포했을 수 있다. 그러나 흰눈이는 자식이 아프다고 내치지 않았고 죽는 날까지 끌어안고 아픈 것조차 핥아가며 자식을 키웠다. 그러니 동물은 아픈 자식은 내버린다는 통념은 위험하다. 유진이에게는 여러 사정이 있을 수 있다. 구조 당시 장마철이라 많은 비가 내렸고 우연한 계기로 영역을 벗어나 비 때문에 자신의 냄새를 잃어버린 엄마로부터 영영 분리되었을 수도 있다.
여하튼 유진이는 폭우에서 살고자 울었고 천운으로 사람에게 발견되었고, 마침 그 사람이 이 불운한 사태를 외면하지 않은 덕에 살아남았다. 연구소 의자와 책상을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유진이를 보자마자 반했다.
‘아! 나의 고귀한 자.’
당시 미스터선샤인이라는 드라마가 대유행이었고 주연을 맡은 이병헌 배우의 역할이 유진 초이였다. 유진, 고귀한 자라는 뜻을 가진 이름. 유진이의 이름은 또 한 번 수많은 우연 중에 집사가 반한 드라마 주연의 이름을 얻어 제2의 삶이 열렸다. 생후 1개월 만에 제2의 삶이라니.
유진이와 나의 동거는 첫날부터 쉽지 않았다. 잠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진 나는 잠에서 잘 깨고 깊이 자질 못하는, 또 잠을 못 자면 하루 종일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만큼 무기력해지는 사람이다. 잠자는 시간을 방해받는 것에 극도로 신경질 적인 면이 있는 나를, 자고 있는 나의 얼굴을 유진이가 밟고 지나간 것이다. 낯선 곳에서 숨지 않고 탐색하려는 성향은 높이 평가할 일이지만 당시엔 그 생각보다 자고 있는 나를 괴롭힌다는 생각에 버럭 화를 내고 말았다. 물론 내가 화를 내봤자 조금 큰 소리로 “유진!” 하고 외치는 정도였고 그런 반응으로는 유진이의 활기찬 탐색활동을 막을 수는 없었다. 밤새 내 얼굴을 몇 번이고 밟고 침대를 오르락내리락할 기세라 나는 유진이가 어리다는 생각을 못하고 방 밖으로 내보내고 문을 닫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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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기 무섭게 정신도 번쩍 들었다. 쫓아낸 유진이 생각에 유진이! 유진이! 이름을 외치며 거실로 튕겨져 나갔다. 거실에서 아무 일 없다는 듯 슬리퍼를 가지고 노는 유진이를 발견하고서야 마음을 놓았지만, 아마 그때 유진이는 고양이로서 가진 자기 한계와 자기 확장의 경계에서 중요한 선택을 했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고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반려인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동백이와 흰눈이가 등장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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