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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rth Species/놈놈놈

놈놈놈_동백이 입양

dhandhan 2024. 8. 29. 11:57

© 2019. dhandhan 안방생활을 벗어난 동백이

동백이 이름도 유진이 이름의 탄생 배경과 다르지 않다. 다만 다른 점은 동백이의 이름은 내가 짓지 않고 동백이를 보호소에서 데리고 나온 강서지역 활동가의 최애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 원인이다. 나 같은 사람을 만나니 이름 짓기에 잼병인 나로서는 그저 반가워 동백이라는 이름을 덥석 받았다. 

 

유진이가 한 살이 넘자 사람과 하는 놀이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늘 비슷한 장난감, 가짜 깃털이나 가짜 뱀이나 가짜 쥐를 맹렬히 쫓던 것에서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한 것이다. 유진이의 그런 모습은 나보다는 동생에게 더 고민거리가 되었는데, 아무래도 자신과 각별한 애정을 쌓은 관계이다 보니 유진이의 지루함이 느껴지는 한숨소리만 들어도 자신을 무능한 보호자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 집안에 파리라도 들어오는 날이면 살아있는 생명체에 대한 흥분과 호기심이 폭발해 아래 턱을 떨며 깍깍깍깍 소리를 내뱉고 파리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유진이는 다른 관계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그것이 사냥감이든, 적이든, 동지든 말이다. 동생과 나는 고민 끝에 아주 인간적인 해결 방법을 생각했다. 동생 만들어주기. 이제와 생각하면 참 어처구니없는 해법이지만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무식함을 인식하지 못 한 인간 둘은 그렇게 훗일의 어마한 일들을 상상도 못한 채 고양이 입양 공고 란을 뒤졌다. 

 

입양공고 사이트에는 많은 고양이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누군가의 선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중에서 과연 유진이와 잘 지낼 고양이는 누구일까? 물론 여기서도 그 기준을 잡은 것은 유진이가 아닌 선무당 같은 인간 둘이었고, 그렇게 유진이에게는 대형 참사와 같은 결정이 이루어졌다. 우리가 생각한 기준은 유진이 보다 어리고 유진이를 따르는 고양이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올라온 글 중에 가장 어린 2개월가량의 치즈색 고양이가 경쟁 없이 선정되었고 일사천리로 입양 절차가 이루어졌다. 동백이를 구조하신 분은 많은 구조 경험과 입양 보낸 경험이 있으셔서 우리 집 분위기를 확인 차 직접 방문하시기로 하셨다. 

© 2019. dhandhan 동백이

 

작은 이동장에 담겨 우리집으로 온 동백이는 유진이를 구조했을 때보다는 조금 더 컸지만 여전히 작고 겁에 질린 어린 고양이였다. 이동장의 문을 열어주자 낯선 장소, 낯선 사람, 낯선 냄새에서 도망치듯 안방으로 달려가 침대 밑에 숨었다. 침대 다리가 짧아 고양이는 들어가도 사람은 들어갈 수 없는 공간에서 안전함을 느꼈는지 거의 한 달 동안 침대 밑에서 적응기를 가졌다. 매일매일 동백이를 보려고 우리 가족은 너도 나도 바닥에 누워 동백이에게 인사하고 눈 마주치고 먹을 것을 침대 밑으로 밀어 넣어줬다. 그렇게 동백이가 안방에서 적응을 하는 동안 유진이는 변화가 닥쳐왔음을 인식하면서도 외면하고픈 마음이 더 컸는지 안방 근처에는 가지 않았다. 

 

SNS에서 보던 친밀한 관계를 맺는 고양이들처럼 유진과 동백이도 그렇게 살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진행한 모든 일들은 이미 유진이가 안방 근처에도 가지 않는 것이 앞으로의 큰 어긋남의 전조였음을 우리는 너무 뒤늦게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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