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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것... 본문
친구 아이가 아프다고해서 인근 병원을 찾았다. 벌써 입원한지는 3일째다. 점심식사로 스파게티를 먹고있는 조카는 나를 보고 낯설어 한다. 하긴 얼굴을 안본지 꽤 시간이 지났다. 이제 겨우 2살인 아이가 자주 볼 수 없는 나를 기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전보다(나 역시 무척 오랜만인지라) 많이 자라긴 했지만 아파서인지 볼살도 많이 빠지고, 아픈 탓에 핏기없는 얼굴을 하고 땡그란 눈으로 쳐다보는 것이 안스럽다. 친구도 조카를 돌보는 일에 지쳤는지 무척 야위었다. 조카가 잠을 잘 안자는 탓에 덩달아 엄마까지 잠을 못잤다 한다.
노란 풍선을 사달라며 보채는 아이를 달래다가 결국 밥 먹이기를 포기하고 병실을 나섰다. 복도를 몇 발자욱 나서다 엄마의 예리한 촉으로 아이의 배변을 확인했다. 기저귀 겉모습만 봐도 아나보다. 다시 병실로 들어가 씻기고, 기저귀 채우고, 그 사이 아이는 뭐가 맘에 안들었는지 울어재낀다. 친구는 병실의 침묵을 지켜내기 위하여 잽싸게 아이를 안고 복도로 뛰쳐나갔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멀어진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일순간 참 많은 일이 일어았다. 엄마는 숨 쉴 겨를도 없이 이 일들을 해치운다. 나는 보고만 있어도 숨이 차다.
그 사이 난 옆 병상에 누워 있는 아이를 보았다. 3개의 링거 바늘을 꽂고 있으며, 보조 호흡 기구를 통해 그렁그렁 숨을 쉰다. 눈은 실눈을 뜬채 잠이 든 것인지 의식이 없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태다. 문득 똑바로 쳐다보는 것이 미안해 몸을 틀어 곁눈질을 했다. 성인용 침상에 그 침상의 3/1을 채울까 말까한 아이들이 침상마다 누워 있다. 복도를 따라 이 큰 병원의 병실에 많은 아이들이 누워있다.
몇년 전에 길에서 아파 버려진 새끼 고양이를 만난적이 있다. 사람을 피해다니는 고양이들과는 달리 자신을 봐달라고 애타게 우는 녀석이었다. 얼굴은 몸시 일그러져 있어서 한 눈에 봐도 심상치 않은 상태였다. 외면할 수 없어 데려왔다. 일주일 동안 병원에 다니며 치료했다. 밤마다 아파 보채는 녀석을 밤잠 설치며 간호했다. 그 때 문득 자식을 키우는 일이, 그 마음이 이럴지도 모르겠다고 짐작을 해본적이 있다.
친구는 병원에 조카를 입원시키기 일주일 전부터 병간호 하느라 피로가 누적된 상태다. 퇴원하면 자기가 쓰러질 것 같다고 말한다. 아이가 나을 때까지 자기도 아프지만 견디고 있는 것이다.
나는 불편한 것 부조리한 것 등등 많은 것을 참아내거나 거리를 두며 살고 있다. 그런데 아픈 것들에 대해서는 너무나 쉽게 동요한다.
가끔은 나의 이런 반응이 나 자신의 병약함 때문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내가 아파서 타인이 아파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동한다. 그런데 조금 더 신경이 쓰이는 것은 아픈 것을 대하는 아프지 않은 사람들의 마음이다. 단순히 자식이어서라기 보다는, 자식이 아니어도 아픈 것에 마음이 동하고 희생하고 챙겨주려는 마음이 뭘까하고 자꾸만 자꾸만 궁금해진다. 연민이라는 말이나 동정이라는 말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것 같다.
아픈 아이들을 보고나니 왠지 이세상은 점점 살기 좋은 환경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전지구적으로 봤을 때 인간은 너무 많고 환경은 최악으로 치닫고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에게 남겨줄 것은 쓰레기더미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적으로는 자식을 낳고 키우는 일이 큰 의미이겠지만 자연적으로는 더는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유익할 수 있지 않을까. 왠지 이 지구상에 내가 왔었다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 일이 가장 위대한 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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