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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 본문
책임감
운전 중이었다. 라디오를 켰더니 익숙한 개그맨이 게스트로 나왔다. 자신의 신변에 관한 얘기들이 원치 않는 내 귀로 흘러 들어왔다. 원치는 않았지만 딱히 나와 이 공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다른 노력을 하기도 귀찮아 그냥 흘러나오는 소리를 흘려 듣듯이 듣고 있었다. 그 개그맨은 결혼 했고 허니문 베이비를 가졌다는 얘기를, 자신의 부인에 대한 프로필과 결혼하게 된 러브스토리 등을 나열 했다. 얼마 전 아이의 출산 후 아빠로서의 책임감이 생겼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 순간이었다. ‘책임감’이라는 단어가 갑자기 움직임이 빨라지더니 내 머리 속을 마구 헤집기 시작했다. 책임감, 책임감, 책임감 …
그 개그맨이 말하는 책임감을 많은 사람들에게서 들어왔다. 자식이 생기면서 어떤 책임감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 책임감이란 자신의 자식을 위해서, 그 아이를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게 하긴 위한 어떤 노력이 분명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일 테다. 그래서 이야기를 더 들어보면, 그러니까 그 어떤 노력이라는 것을 들어보면 좀 더 몸에 좋은 것 먹이고 좋은 옷 입히고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고, 더 나아가 가능하면 자신이 삶의 토대로 삼고 있는 이 곳에서 부족함 없이 해주고 싶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열심히 돈을 벌어야겠다는 것으로 대개는 끝맺음 지어진다. 그렇지 자본주의 사회니까, 돈이 아니면 뭘로 이 많은 것을 해결하겠어!
바로 여기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시작되고 만다. 책임을 지려면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다. 자신이 맡은 책무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아는 일이다. 그런데 그 책무를 분명히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왜? 그 어린 자식은 앞으로 자신이 무엇을 원하게 될지 아직은 모르니까. 도대체 갓 태어난 자식이 앞으로 자라면서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점쟁이가 아닌 이상. 그럼 답은 하나다. 무엇을 원할지 모를 내 자식을 위해 자신이 말한 책임을 져야 할 일이란 무엇을 하던 정당한 대접 받고, 마음 것 활동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세상(특정인만 좋아라 하는 세상)이 원하는 사람을 만들기에 급급하다. 그러면서 부모는 자식에게 말한다. 나는 널 위해 내 모든 것을 다 받쳤노라고. 자식은 이런 부모가 당연히 부담스럽다. 세상에 어떤 사람이 자신이 빚지고 사는 것을 좋아하겠는가. 가슴 한 켠 던져버릴 수 없는 부채의식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 지금 당신(부모)일지도 모른다. 부모의 희생에 대해 갖는 이 부채의식을 사람들은 감동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부모님이 나를 위해 희생했다는 그 책임감은 자위이며, 세상이 지금 이 꼴보기 싫은 상태로 굴러가는 하나의 원인이기도 하다. 사랑이라고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랑은 희생이 아니다. 사랑은 존중이다. 내가 부모님을 사랑하는 만큼 당신들께 원하는 것은 그리고 내가 해드릴 수 있는 것은 존중이지 어떠한 희생도 아니다.
자식이 생기기 전에 이미 당신은 세상에 대해 책임을 져야만 했다. 자식이 생긴 이후에 따라오는 책임감은 한 세상 살면서 본인이 짊어져야 했던 책무를 남에게 떠맡긴데 대한 변명을 위한 포석깔기 밖에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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